주님 수난 성금요일
죽음이 두려운 것은 하느님을 믿지 않은 채 죽을 때뿐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극심한 고통을 수반했지만, 그분께서는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신의 십자가가 많은 이에게 영원한 생명의 선물을 얻어 주리라는 것을 아셨기에, 희망과 기쁨으로 십자가를 마주하셨습니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방식의 죽음이 요구됩니다. 하나는 지상 생활이 끝날 때 맞이하는 죽음입니다. 그때 우리는 사심판을 받고, 하느님의 완전한 정의와 자비에 따라 상을 받거나 단죄를 받게 됩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또 다른 형태의 죽음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죽음이며, 이는 사심판에서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떠올려 보십시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마태오 16:24–25).
기꺼이 죽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자신을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자신만의 성금요일로 나아갈 마음이 있습니까? 순수한 사랑에는 언제나 희생이 따릅니다. 사랑은 감정이나 좋은 기분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초대하시는 사랑에 참여하려면, 자신의 뜻에 죽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희생적으로 내어 주어야 합니다.
희생은 처음에는 아픕니다. 그것이 십자가입니다. 그러나 희생하며 살아갈수록 우리는 더 많이 사랑하게 됩니다. 더 많이 사랑할수록 자신을 희생적으로 내어 주려는 마음도 더욱 커지고, 그 안에서 큰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우리는 죽기 위해 사랑하고, 사랑하기 위해 죽어야 합니다. 우리의 행동에서 모든 이기심을 씻어 내어, 하느님의 뜻에 따라 다른 이들에게 온전히 사심 없이 자신을 선물로 내어 주어야 합니다. 성금요일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어야 할 한 가지는 완전한 사랑에는 한계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베풀어야 할 사랑에는 한도가 없습니다. 사랑은 우리 삶 전체를 희생으로 내어 놓을 것을 요구합니다.
오늘 우리 앞에 제시되는 완전한 사랑의 표상은 성모님이십니다. 요한 복음은 이렇게 전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와 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 서 있었다”(요한 19:25). 십자가 아래 서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아드님을 바라보실 때, 티 없으신 성모 마리아의 마음속 사랑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고 넓어졌습니다. 바로 그곳에서 성모님께서는 아드님의 죽음에 온전히 동의하시고, 아드님의 봉헌과 하나 되어 성부의 뜻에 당신 자신을 바치셨습니다. 그곳에 서 계셨던 세 시간 동안 성모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아마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성모님의 티 없으신 성심을 가득 채운 것은 완전한 사랑이었습니다. 십자가 곁에서 성모님께서 하신 일은 완전한 사랑으로 예수님을 사랑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사랑을 깊이 느끼셨으며, 고통받고 죽어 가시면서 성모님의 사랑이 주는 위로를 기꺼이 받아들이셨습니다. 성모님의 사랑은 희생과 고통과 죽음을 통하여 드러났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사랑도 희생과 고통과 죽음이 우리 마음을 변화시켜 그리스도의 성심과 성모님의 성심을 더욱 닮게 하도록 내맡길 때에만 한층 더 완전해질 것입니다.
극심한 희생과 고통과 죽음 한가운데서 어머니와 아드님께서 나누신 순수하고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의 이 장면을 묵상해 보십시오. 예수님의 거룩하신 성심과 성모님의 티 없으신 성심 안으로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하십시오. 그 두 성심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비에 흠뻑 젖어, 두 분과 일치하여 살아갈 힘을 얻으십시오.
예수님의 지극히 거룩하신 성심과 마리아의 티 없으신 성심이여, 두 분의 성심을 묵상하는 것은 헤아릴 수 없는 신비를 묵상하는 것이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시던 순간 두 분께서 품으셨던 깊은 사랑은 인간이 이를 수 있는 완전함의 절정이었나이다. 그보다 강한 사랑도, 그보다 깊은 연민도, 그보다 큰 자비도 일찍이 없었나이다. 제 삶이 십자가의 희생에 동참할 수 있도록 두 분 성심의 사랑 안으로 저를 이끌어 주소서. 어머니 마리아님, 저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예수님, 저는 당신께 의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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